게스트·스턴트퍼포먼스·시각효과·프로덕션디자인상
작품상·주연상 등 12일 프라임타임 에미상 선전 기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역사를 썼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Creative Arts Primetime Emmy Awards)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에 게스트상(이유미), 스턴트퍼포먼스상(임태훈), 시각효과상(정재훈), 프로덕션디자인상(채경선)을 수여했다.
게스트상은 드라마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급 역할을 한 배우에게 주는 영예다. 이유미는 HBO '석세션' 호프 데이비스·사나 라단·해리엇 월터, 애플TV+ '더 모닝쇼' 마샤 게이 하든, HBO '유포리아' 마사 켈리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서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을 일삼았던 아버지를 죽인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출소하자마자 게임에 참가한 지영을 연기했다. 나오는 분량은 짧지만, 삶에 미련이 없는 염세주의적 태도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얻었다.
'오징어 게임'은 HBO '배리', NBC '블랙리스트', 디즈니+ '호크아이', 디즈니+ '문나이트',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등을 제치고 스턴트퍼포먼스상(임태훈)도 받았다. 참가자 456명의 행동을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게 연출해 허구 세계를 거대한 경쟁과 사회적 실험으로 안내했다고 평가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쇼타임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애플TV+ '어둠의 나날', TNT '설국열차', 넷플릭스 '바이킹스: 발할라' 등을 따돌리고 시각효과상(정재훈)도 품었다.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는 걸리버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황동혁 감독의 독창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이질적 공간을 구현해 현실과 동화적 경계에서 오는 기괴함을 배가했다.
걸리버스튜디오와 호흡을 맞춘 채경선 미술감독은 '오자크', '세브란스: 단절', '석세션', '화이트 로투스' 등을 제치고 프로덕션디자인상을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을 여타 비슷한 장르물과 차별화한 장본인이다. 잔혹한 생존 경쟁과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 알록달록한 세트를 조성했다. 참가자 456명의 침대가 있는 거대한 합숙소를 비롯해 분홍·초록·노란색으로 칠해진 미로 같은 계단, 1970∼80년대 주택들이 그대로 옮겨진 듯한 골목길 등이다. 실제 배우들이 세트장에 갈 때마다 "황홀했다"라고 표현할 만큼 향수를 유발하는 공간을 창조했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제6화 '깐부'에서 기훈(이정재), 상우(박해수), 일남(오영수), 새벽(정호연) 등이 구슬치기하는 동네 골목길 세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채 감독은 이 프로덕션디자인으로 지난 3월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상을 받은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은 오는 12일 배우 및 연출진이 주를 이루는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에서도 다관왕을 노린다. 작품상, 감독상(황동혁), 각본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등 일곱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이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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