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300억 투입 불구, 어설픈 CG로 시청률 하락
걸리버 스튜디오, '오징어 게임' 작업 후 해외 러브콜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는 이제 영역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실제와 가상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특수효과는 탄탄한 이야기 뒤 몰입력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필수 장치다. 거대한 제작비와 화려한 영상으로 국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던 할리우드 못지 않게 우리나라 CG 기술도 성장하고 기술력이 높아진 상태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대중은 바로 눈치를 채고 등을 돌리기도 한다.
지난 9월 23일 공개된 이후 8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은 연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드라마 속 공간이 보여준 힘이 컸다. 그 안에 시각적 파이널 터치를 담당하는 걸리버 스튜디오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다.
게임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CG와 VFX의 손길이 닿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거대한 소녀 인형은 소품이지만, 인형 눈이 움직이는 참가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돌아가는 장면은 CG다. 고공에 설치된 투명 유리의 징검다리, 줄다리기를 하는 공간은 CG와 VFX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오징어 게임'의 CG VFX 작업에 참여한 걸리버 스튜디오는 현재 해외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러브콜이 늘어난 상황이다.
'오징어 게임'이 기술력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잘 속였다면 '지리산'은 어설픈 CG로 시청자들에게 금방 들통나고 말았다. '지리산'은 '시그널', '킹덤' 시리즈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이응복 PD, 배우 전지현이 합세해 방송 전만해도 올해의 최대 기대작이었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평균 이하의 CG는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후반 작업을 통해 합성된 지리산 배경은 조악했고 태풍으로 불어난 계곡물, 암벽에서 쏟아지는 암석 등도 어색함이 묻어나와 시청자의 예리한 눈매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어색한 CG와 VFX효과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연출이 뒷받침 되더라도 한 순간에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음을 '지리산'이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의 시청률은 첫 방송에서는 9.1%(닐슨코리아 집계), 2회에서는 10.7%를 기록했지만, 3회는 7.9%, 4회는 9.4%, 5회는 8%, 6회는 8.9%에 머무르는 등 '지리산'의 이름값이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받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특수효과는 영화와 드라마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도 흥행을 가른다. 지난 6월 스튜리오 지브리가 6년 만에 공백을 깨고 제작한 '아야와 마녀'는 지브리 최초 3D 애니메이션이었다. 미야자니 하야오가 원작 '이어위그와 마녀'를 각색하고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연출을 맡았다. 하지만 3D로 만들어진 등장인물들의 얼굴과 자세, 질감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해 혹평을 받았다. 그 동안 2D 애니메이션에서 머리카락의 움직임조차 캐릭터들의 감정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되는 지점으로, 3D 기술력에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반면 국산 콘텐츠 엔터테인먼트사 SAMG엔터테인먼트(이하 SAMG)의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은 3D 기술력에 힘입어 넷플릭스에 론칭한 지 4일 만에 한국 키즈 부문에서 1위(이하 지난주 기준), 호주에서 5위, 북미에서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7월 중국에 진출한 후 중국 뉴미디어 플랫폼 유쿠에서 어린이 콘텐츠 톱(TOP)3에 올랐으며 유쿠를 포함한 텐센트, 아이치 등 플랫폼에서 누적 조회 수 11억뷰를 넘어섰다.
SMAG 측에 따르면 '캐치 티니핑'은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3D 기술력과 제작 기획력을 바탕으로 전력을 쏟았으며 등장하는 캐릭터별 모션과 시선처리를 현실처럼 생생하게 작업하는데 주력했다. 빛반사, 눈동자에 맺은 상의 움직임 등을 그대로 표현하는 등 현실의 물리법칙을 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적용해 시청자의 몰입을 극대화했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콘텐츠 강자다. 수준 높은 콘텐츠의 소비경험이 축적된 대중의 눈도 그만큼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여파로 재편된 촬영 여건과 다양한 장르가 앞으로 더 많은 CG 효과가 투입될 것이다. 이같은 기술이 더 이상 보완이나 대체제가 아닌, 필수 요건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의 눈속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작품이 아니면 외면 당하는 작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출처 :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51163/?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