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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전세계, 속아주셔서 감사"…'오징어게임' VFX 만든 걸리버 스튜디오의 비상(종합)

작성자
걸리버스튜디오
작성일
21-10-25
조회수
1,50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황동혁 갱·연출)의 인기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의 의상은 물론, 소품, 게임까지 전 세계가 '오징어 게임'에 중독됐다. 여기에 '오징어 게임'만의 색을 완벽히 표현하는데 일조한 컴퓨터그래픽(CG)과 시각특수효과(VFX)를 담당한 걸리버스튜디오도 덩달아 '오징어 게임'과 함께 월드 꽃길을 걷는 중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억 4200만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고의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 있는 듯한 기이한 공간을 매력적으로 구현해 많은 호평을 얻었다. 한국 VFX 시장의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고스란히 입증한 '오징어 게임'에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 역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이다.

'오징어 게임'의 VFX는 정재훈(46) 걸리버스튜디오 사장이 감독했다. 정 사장은 '오징어 게임'을 진두지휘한 황동혁 감독과 전작 '수상한 그녀'(14) '남한산성'(17)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오랜 파트너다. 앞서 정 사장은 에너가 카메리마쥬 황금개구리상을 수상한 '남한산성'의 VFX 작업을 통해 비주얼적 찬사와 호평을 받은 VFX계의 실력자다. 지난 2019년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걸리버스튜디오를 설립, 이후 영화 '방법:재차의'(21, 김용완 감독) '음양사: 청아집'(21, 궈징밍 감독) '도굴'(20, 박정배 감독), 드라마 '비밀의 숲 2'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단기간 내 국내외 다수의 작품에 참여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21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정 사장은 "모든 스태프가 열심히 작품에 땀 흘린 결과로 좋은 반응을 얻게 돼 너무 기쁘다. 모두가 특히 고생을 했지만 황동혁 감독과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라 이번 성공이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자축했다.

'오징어 게임'의 메인 VFX 담당자였던 정 사장은 "'오징어 게임' 속 VFX가 필요한 부분 중 80%는 걸리버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특히 메인 CG 장면은 외부 스튜디오의 도움 없이 온전히 우리의 손으로 작업했다. 작품의 중요 스토리인 게임 배경은 우리가 정말 공들이고,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특히 정 사장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오징어 게임'은 대놓고 CG 영화로 보이지 않아 일반 시청자는 CG가 들어간 작품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 우리의 의도였다. '오징어 게임'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있는 작품인데 혹여 시청자가 '오징어 게임'을 가짜로 느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징어 게임'이 공개됐고 이후 반응에 'CG 별로다'라는 평이 없어서 안심했다. 다들 깜빡 속아주셔서 감사했다"고 웃었다.

공들여 만든 '오징어 게임' 속 특수 효과. 정 사장은 가장 고민되고 애를 먹인 대목으로 제일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꼽았다. 정 사장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신은 공간부터가 정말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다. '오징어 게임' 속 무든 게임이 그렇지만 순수한 아이들이 하는 게임인데 결과적으로 잔혹하게 그려내야 하지 않나? 이런 황동혁 감독의 연출이 VFX로 반감이 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강렬한 한방이 필요했다. 구성을 만들 당시 황동혁 감독에게 영화 '트루먼 쇼'(98, 피터 위어 감독)와 같이 실제와 가짜 사이 경계의 느낌으로 가보자고 제안했고 그런 부분을 황동혁 감독이 받아줘 지금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이 완성됐다. 공개 이후 전 세계 시청자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면을 많이 좋아해 줘서 개인적으로는 뿌듯하고 의미 있는 장면이 됐다"고 설명했다.

비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뿐만이 아니다. 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을 현혹시키는 돼지저금통도 정 사장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정 사장은 "원래 돼지저금통은 직접 소품을 제작해 만들었다. 하지만 워낙 거대한 소품이라 촬영을 하면서 흠집이 많이 났고 그런 부분이 조명을 받으면서 카메라에 굉장히 지저분하게 담기더라. 결국 초반 몇 장면을 제외하고 CG로 전부 처리했다. 요즘 시청자와 관객은 전부 전문가이지 않나? 늘 특수 효과를 만들면서 두렵고 무섭다. 다행히 '오징어 게임'은 잘 속인 것 같아서 마음을 쓸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웃지 못할, 예상하지 못했던 옥의 티도 있었다고. 많은 화제를 모은 이정재의 공기밥 장면에 대해 정 사장은 "정말 믿을 수 없겠지만 수많은 제작진이 수백번 모니터를 했는데 공기밥 오류를 찾아내지 못했다. 제작진도 네티즌이 발견한 뒤 옥의 티를 발견했다"며 "이정재가 여러 컷을 촬영하면서 매번 밥을 먹기란 한계가 있다. 여러 인물이 많이 나오는 풀샷만큼은 밥을 먹는 시늉만 하게 했는데 그 장면을 시청자가 찾을 줄 상상도 못했다. 만약 내가 모니터할 당시 그 장면을 찾았다면 CG로 밥을 얹어줬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오징어 게임' 공개 직후 전화번호 문제도 불거졌는데 이후 KT를 통해 공번호를 받아 후반작업으로 다시 고쳐야 했다. 여러모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뜨거운 해외 반응도 빠질 수 없다. 정 사장은 "확실히 '오징어 게임' 이후 걸리버스튜디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더라. '오징어 게임' 이후 여러 작품에서 제안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우리 회사의 노력을 많이 알아주고 있다. 해외에 유명한 VFX 관련 시상식이 있는데 넷플릭스가 우리에게 출품 제안을 하기도 했다. 내달 17일 '오징어 게임'도 시상식에 출품해볼 계획이다"고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 사장은 "한국의 VFX 실력은 정말 수준이 높다. 일반 관객들도 VFX가 많이 적용된 큰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고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OTT 콘텐츠도 이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됐다"며 "앞으로도 시청자와 관객이 우리가 만든 세계를 잘 속아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을 캡처 받아 매의 눈으로 옥의 티를 찾기 보다는 작품의 전체를 만끽하며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출처 : https://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2110230100157750010347&servicedate=20211022